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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수다 줄거리·결말|원빈이 총을 잡은 영화는 《아저씨》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른 아침, 한집에 사는 네 남자가 TV 앞에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뉴스를 저렇게까지 열심히 볼 일인가 싶은데, 넷의 표정을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들이 기다린 건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오영란입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건물을 폭파하고 경찰의 포위망까지 유유히 빠져나오는 킬러들이, 아침이면 오영란 얼굴 한번 보겠다고 꼬박꼬박 뉴스를 챙겨 봅니다.

그중 막내 하연을 연기한 배우가 원빈입니다. 《아저씨》에서 말 한마디 없이 상대를 제압하던 모습을 먼저 기억한다면, 이 영화의 원빈은 꽤 뜻밖입니다. 총을 들었을 때보다 형들 앞에서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설명할 때 훨씬 진지한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그 말을 듣는 형들 중에는 코피를 흘리면서도 웃음을 참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장진 감독의 2001년작 《킬러들의 수다》입니다. 네 남자의 아침 풍경을 잘 기억해 두면 뒤에 나오는 의뢰 하나가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TV에서만 보던 오영란이 직접 그들을 찾아오는데, 정작 그 자리에 앉아 그 말을 듣는 건 네 명 중 한 사람뿐입니다. 지금은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대 배우들의 풋풋한 시절, 킬러들의 수다 결말까지 함께 보시죠

영화 《킬러들의 수다》 기본정보

개봉: 2001년 10월 12일
장르: 코미디, 액션
감독·각본: 장진
출연: 신현준, 신하균, 원빈, 정재영, 정진영, 공효진, 고은미, 오승현
러닝타임: 120분

《킬러들의 수다》 줄거리

검사가 잡으려던 사람을 킬러들이 먼저 죽였다

가족처럼, 형제처럼 함께 살며 일하는 네 명의 킬러들이 있습니다. 맏형 상연(신현준)은 의뢰인을 만나 일감을 받고 작전을 짭니다. 정확한 사격이 필요할 때는 재영(정재영), 폭약을 다룰 때는 정우(신하균)가 나섭니다. 상연의 친동생 하연(원빈)은 컴퓨터를 맡고, 집에 돌아오면 형들이 먹을 밥도 차립니다. 컴퓨터 솜씨에 비해 요리 실력은 영 시원찮은 모양인데, 어쨌든 네 사람은 일도 식사도 늘 함께합니다. 이들의 사정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사람 역시 막내 하연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한복판에서 의뢰를 수행하다 일이 꼬입니다. 상연 일행이 노리는 사람들을 체포하기 위해 조 검사(정진영)와 경찰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겁니다. 경찰이 표적을 데려가자 상연과 재영은 뒤를 쫓습니다. 보통이라면 이쯤에서 손을 뗄 법도 한데, 이들은 호송 중인 표적까지 제거하고 전화 한 통으로 그날 일을 마무리합니다.

영화 《킬러들의 수다》 스틸컷 | 제공: 시네마서비스, 필름있수다

“저기요~ 아까 폭약설치하고 나온 사람인데요. 아직 폭발 안했어요?”

상연에게는 까다로웠어도 결국 약속을 지킨 하루입니다. 조 검사에게는 정반대입니다. 그들이 제거한 사람은 폭력 조직을 잡아들일 중요한 증인이었습니다. 어렵게 손에 넣은 증인을 경찰이 보는 앞에서 잃었으니, 조 검사가 이들을 잊을 리 없습니다. 누가 죽였는지 뒤를 밟기 시작한 검사는 차츰 상연 일행의 정체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영어 선생님을 죽여 달라는 여고생, 표적을 사랑하게 된 정우

그런데 정작 킬러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건 경찰의 추적보다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들입니다. 여고생 여일(공효진)은 자기 학교 영어 선생님을 죽여 달라며 이들의 은신처를 찾아옵니다. 한번 거절한다고 포기할 학생도 아닙니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 날짜며 방법까지 정해 계약하고 심지어 학생 할인까지 해 주는 이들인데, 막상 교복 입은 의뢰인이 눈앞에 앉으니 어른 넷이 학생 하나를 돌려보내지 못합니다.

더 난감한 일을 맡은 건 정우입니다. 이번에 죽여야 할 사람은 임신한 여성 화이(오승현). 청부를 넣은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 아버지입니다. 정우는 화이를 죽이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임신한 사람에게 차마 총을 쏠 수 없어서였겠지만, 어느새 정우에게 화이는 무사했으면 싶은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폭약을 다룰 때는 망설임이 없던 남자가 정작 자기 마음을 형들에게 설명하는 데는 영 재주가 없습니다.

“시발! 못죽이겠더라! 이름을 벌써 지어 놨는데! 그 이름이 엄마 이름이랑 똑같은데! 그거 어떻게 죽이냐? 이렇게 춤을 추는데 발길질이 나한테도 느껴지는데 어떻게 죽이냐고?”

결국 정우와 상연 사이에 싸움이 납니다. 네가 못 하겠다면 자기가 하겠다며 상연이 일어서자, 막내가 형을 막습니다. 그리고 하연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수 없는 정우를 대신해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열심히 설명합니다. 재영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돌리고, 얻어맞아 코피가 나는 정우마저 웃습니다. 정작 저 동생의 말을 끝까지 가만히 듣는 건 가장 화가 났던 상연입니다.

영화 《킬러들의 수다》 스틸컷 | 제공: 시네마서비스, 필름있수다

그리고 다음 날, 상연이 찾아가는 사람은 화이가 아닙니다. 동생을 데리고 의뢰인에게 가서 이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막내가 한창 떠들 때는 아무 대꾸도 없던 형이, 정작 책임질 때가 되자 자기 이름으로 일을 물리는 겁니다.

두 형제가 떠나고, 잠시 후 남자에게 또 한 사람이 찾아옵니다. 이번에는 화이의 부탁을 받은 조 검사입니다. 처음에는 그만두라고 말로 타이르던 검사도 의뢰인의 태도를 보고는 결국 주먹을 씁니다. 장진 감독은 킬러가 먼저 나가는 모습과 검사가 나가는 모습을 같은 구도와 음악으로 이어 붙입니다. 같은 사람 때문에 화가 나서 비슷한 짓을 하고 나온 두 남자. 나중에 조 검사가 상연을 대하는 태도를 이해하려면 공연장 총격만큼이나 기억해 둘 만한 장면입니다.

아침 뉴스의 오영란이 상연을 찾아온 날

“그냥 꼭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아나운서 오영란(고은미)과 상연이 의뢰인과 킬러로 처음 마주 앉습니다. 매일 아침 영란이 하는 말을 들었던 상연이지만, 설마 자기 앞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특히 귀에 걸리는 건 첫 단어인 ‘그냥’입니다. 이유를 길게 늘어놓지도 않는 사람이 정작 상대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는 놀랄 만큼 정확하게 정해 왔습니다.

표적은 영란의 옛 연인이자 《햄릿》 무대에 서는 배우입니다. 영란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를 죽여 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객석이 가득 찬 공연 날, 그가 맡은 배역이 극 중에서 죽는 순간에 맞춰 실제로 죽여 달라고 합니다. 게다가 그날은 정·재계 인사들까지 공연을 보러 옵니다. 조 검사에게도 암살 첩보가 들어가고 경찰이 극장을 지키게 됩니다.

영화 《킬러들의 수다》 스틸컷 | 제공: 시네마서비스, 필름있수다

여기서 아침 뉴스 장면이 제 몫을 합니다. 상연에게 작전 내용을 들은 세 사람은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고 따집니다. 킬러 입장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이죠. 그런데 상연이 의뢰인의 이름을 밝히자 그 상식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경비가 줄어든 것도, 더 좋은 자리를 찾은 것도 아닙니다. 일을 부탁한 사람이 오영란이라는 사실 하나가 달라졌을 뿐입니다. 아침마다 네 사람을 TV 앞에 모여 앉게 하던 여자가 이번에는 그들을 한꺼번에 공연장으로 보냅니다.

《킬러들의 수다》 결말

※ 여기서부터는 공연장 작전과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햄릿》의 배우가 쓰러지는 순간

공연 당일, 극장 주차장에서 폭발이 일어납니다. 경찰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는 사이 무대 위 배우들은 공연을 이어갑니다. 정우의 폭약이 벌어 준 시간과 재영의 사격 솜씨가 한 지점에서 만납니다. 표적이 맡은 인물이 죽어야 할 바로 그 순간, 총에 맞은 배우가 무대 위에 쓰러집니다. 조 검사는 암살이 벌어질 장소까지 알고 미리 경비를 세웠지만 끝내 이들을 막지 못합니다.

생각해 보면 참 짓궂은 설정입니다. 보통 킬러에게 가장 불리한 조건은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인데 이날 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배우가 멀쩡히 일어서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들입니다. 배우가 죽는 장면에 총에 맞아 쓰러지는 게 이토록 완벽한 위장이 될 수 있습니다. 앞에서는 좋아하는 아나운서 이름 하나에 일을 덥석 받은 남자들이, 막상 일에 들어가서는 왜 킬러로 먹고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어깨에 총을 쏜 검사에게 제 발로 자수한 킬러

상연과 조 검사의 진짜 승부는 공연이 끝나고 한참 뒤, 백화점에서 벌어집니다. 조 검사와 마주친 상연은 총을 가진 척하며 빠져나가려 하지만 끝내 궁지에 몰립니다. 이제 꼼짝없이 붙잡혔다고 생각하는 순간, 조 검사가 상연의 어깨에 총을 쏩니다. 그리고 수갑도 채우지 않은 채 가 버립니다. 상연은 겨우 집으로 돌아와 주씨 아저씨(윤주상)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영화 《킬러들의 수다》 스틸컷 | 제공: 시네마서비스, 필름있수다

문제는 상연의 어깨에서 나온 총알입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총알과 전에 보았던 차를 근거로 조직폭력배 탁문배(손현주)가 상연을 쐈다고 짐작합니다. 정작 수사관이 미행할 때 썼던 차가 탁문배에게서 압류한 차량이었다는 사정은 모릅니다. 동생들은 형의 복수를 하러 뛰어나가 탁문배를 죽이고, 깨어난 상연은 자신을 쏜 진짜 상대를 만나러 검찰청으로 향합니다.

여기서 둘의 처지가 완전히 뒤집힙니다. 그렇게 상연을 잡겠다고 쫓아다니던 검사는 바쁘다며 돌아가라고 하고, 그동안 잡히지 않으려 애썼던 킬러는 기어이 자기를 잡아가라며 총까지 꺼냅니다.

“그전에 내가 먼저 널 죽일거야~ 명심해 난 널 굶겨죽일거야”

상연이 전화기를 부수자 조 검사는 전화기 값만 물라고 합니다. 모니터까지 부수니 이번에는 배상할 금액만 올라갑니다. 총을 들고 자수하러 온 킬러가 결국 지갑을 열어야 하는 겁니다.

네 사람은 검찰청 앞에서 다시 만납니다. 그렇다고 킬러 일을 그만두는 것도 아닙니다. 한때 영어 선생님을 죽여 달라며 찾아왔던 여일까지 어느새 이들과 함께하고, 또 기막힌 주문을 하는 손님이 찾아옵니다. 이들의 킬러 생활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킬러들의 수다》 결말 해석|조 검사는 왜 상연을 체포하지 않았을까?

조 검사의 선택에는 두 가지 마음이 겹쳐 보입니다. 하나는 상연 일행을 쫓는 동안 생긴 묘한 동질감입니다. 화이의 아이 아버지를 찾아간 날, 킬러와 검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같은 사람에게 화를 냈습니다. 반대로 상연 일행은 돈을 받기로 한 일도 자기들이 받아들일 수 없으면 거절합니다. 조 검사로서는 눈앞에 있는 상연 하나를 붙잡아 넣는다고 해서 화이를 없애 달라고 했던 악인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이미 본 셈입니다.

조 검사가 이들을 굶겨 죽이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것도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킬러를 한 명씩 잡는 대신 아무도 이들에게 일을 맡길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죄를 짓고도 벌 받지 않는 사람이 없어지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기댈 곳이 있다면 너희에게 찾아갈 손님도 줄어들지 않겠냐는, 검사다운 승부 방식이죠. 물론 오영란의 의뢰를 본 관객으로서는 그렇게 간단할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킬러들의 수다》 총평

킬러들의 수다 결말
영화 《킬러들의 수다》 스틸컷 | 제공: 시네마서비스, 필름있수다

《킬러들의 수다》는 원빈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정재영이 영화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린 작품입니다. 지금 다시 보면 네 사람을 한 화면에 모아 놓은 것만으로도 반갑지만, 배우들의 이름값을 잠시 잊게 만드는 건 정작 이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입니다. 특히 하연이 사랑을 설명하고 형들이 웃음을 참는 장면은 누가 대사를 하고 있는지보다 그 대사를 듣는 사람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자꾸 살피게 됩니다. 원빈보다 뒤에서 고개를 돌리는 정재영 쪽이 더 웃긴 장면이었습니다.

아쉬운 건 여일의 서사입니다. 선생님을 죽이고 싶어서 킬러의 집 문을 두드린 학생이라면, 무슨 사정으로 그곳까지 오게 됐는지 조금 더 들려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화는 여일의 사정을 오래 따라가기보다 이 당돌한 손님을 맞은 네 남자의 반응에 더 관심을 둡니다. 마지막에 여일이 이 집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모습은 반가우면서도, 그사이에 있었을 이야기가 궁금하게 남습니다.

그래도 한 장면을 다시 보겠다면 저는 검찰청에서 상연이 지갑을 꺼내는 대목을 고르겠습니다. 다른 영화였으면 검사와 킬러가 마지막으로 총을 겨누고 각자의 신념을 말했을 자리입니다. 장진 감독은 거기서 부서진 전화기 값을 내게 합니다. 끝까지 심각한 표정을 유지하는 신현준과 정진영 덕분에 그 엉뚱한 계산이 통합니다.

킬러들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보았다가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 몇 마디를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한국 블랙코미디, 《킬러들의 수다》를 추천합니다.

채널휸의 영화 리뷰

https://www.youtube.com/@ch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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