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인드 줄거리·결말|같은 뺑소니 사고, 두 목격자는 왜 다른 차를 기억했을까?

2011년 개봉한 영화 《블라인드》에서 수아(김하늘)는 택시 뒷자리에 앉아 있다가 차가 무언가를 들이받는 충격을 느낍니다. 기사는 개를 쳤다고 말하지만, 수아가 들은 소리와 느낀 충격은 그 설명과 맞지 않습니다. 수아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고, 사고를 직접 봤다는 또 다른 목격자 기섭(유승호)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기섭의 첫마디부터 뜻밖입니다. 그날 수아가 탄 차는 택시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한 사람은 차 안에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밖에서 사고를 봤습니다. 두 사람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날 밤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두 목격자의 엇갈린 기억을 따라가며 블라인드 결말에서 수아가 불을 끈 이유까지 살펴봅니다

영화 《블라인드》 기본정보

  • 개봉: 2011년 8월 10일
  • 장르: 범죄, 스릴러
  • 감독: 안상훈
  • 출연: 김하늘, 유승호, 조희봉, 양영조
  • 러닝타임: 111분

《블라인드》 줄거리

동생의 방문을 열지 못하는 수아

홍대의 한 클럽에서 댄스 배틀이 한창인 가운데, 제복을 입은 수아(김하늘)가 학생 하나를 수갑 채워 나옵니다. 수업을 빼먹고 춤을 추러 온 동현(박보검)입니다. 경찰대생인 수아와 동현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남매 같은 사이입니다. 수아에게는 말썽 피운 동생을 데리러 가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겠죠. 하지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두 사람이 수갑 열쇠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순간 사고가 일어납니다. 그 사고로 동현은 목숨을 잃고, 수아는 시력을 잃습니다

영화 《블라인드》 스틸컷  | 제공: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3년 뒤, 보육원 원장님의 연락을 받은 수아가 오랜만에 보육원을 찾습니다. 익숙한 곳이라 동생의 방 앞까지 찾아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을 열지는 못합니다. 사고가 났던 순간을 여러 번 보여주는 것보다, 동현이 없는 방에 차마 들어가지 못하는 수아의 모습이 두 사람이 어떤 사이였는지 더 잘 말해주는 장면입니다.

내가 거길 어떻게 가.. 나 때문에 친구 잃은 애들인데!

도망치듯 보육원을 나온 수아는 장애인 택시를 부릅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두 시간쯤 기다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수아 앞에 마침 차 한 대가 멈춰 섭니다. 기사는 요금이 모자라도 괜찮다며 수아를 태우고 커피까지 건넵니다. 고마웠던 친절이 어딘가 지나치다고 느껴질 즈음, 차가 무언가를 세게 들이받습니다.

수아가 기억한 기사, 기섭이 목격한 차

차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수아는 경찰서로 향합니다. 경찰이 먼저 궁금해하는 건 사고 당시의 소리가 아닙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수아가 어떻게 기사의 말이 거짓이라고 확신하느냐는 겁니다.

며칠 뒤 뺑소니 신고가 접수되면서 조 형사(조희봉)가 사건을 맡습니다. 그 역시 처음에는 수아의 진술에 큰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아가 짧은 대화만으로 조 형사에 대해 알아낸 것들을 하나씩 짚어내자 그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조 형사는 수아가 기억하는 단서, 기사가 왼손잡이였다는 사실을 토대로 택시 기사들을 수소문합니다.

택시 아니고 외제차라구요!

그때 사고를 봤다는 기섭(유승호)이 나타납니다. 기섭이 봤다는 건 택시가 아니라 외제차였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렵습니다. 자세히 물으면 대답이 바뀌고, 곤란해질 때마다 변명부터 늘어놓으니까요. 겨우 수아를 믿고 수사를 시작한 조 형사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블라인드》 스틸컷  | 제공: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실마리는 두 진술을 따로 놓고 볼 때 풀립니다. 수아에게 그 차는 행선지를 묻고 요금을 받기로 한 차, 곧 택시였습니다. 기섭은 길에서 그 차의 외형을 봤습니다. 범인이 사설 콜택시처럼 승객을 태웠다면 두 사람의 말은 서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경찰이 이 가능성에 다가가는 동안, 범인 역시 자신을 본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블라인드》 결말

※ 여기서부터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범인의 표적이 된 기섭이 다치자 수아는 그의 보호자를 자청합니다. 퉁명스럽게 자신을 밀어내는 기섭에게서 동현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줄곧 혼자 지낸 기섭에게 수아는 갑자기 나타나 누나 노릇을 하려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 기섭이 병원에서 수아를 뿌리치고 나왔다가 범인을 발견하자, 이번에는 먼저 수아를 돕기 위해 나섭니다.

“넌 나 보여? 난 너 보고있는데“

영화 《블라인드》 스틸컷  | 제공: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추격 끝에 수아는 안내견 슬기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수아가 슬기의 이름을 부르는 대목이 유독 아픈 건 동현과의 사고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슬픔을, 수아는 또 한 번 겪게 됩니다.

그리고 수아가 당한 습격을 통해 경찰은 뺑소니범이 여대생 연쇄 실종 사건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범인이 푸조 차량을 몰며 개인병원에서 일한다는 단서까지 잡히자, 조 형사는 수아와 기섭을 보육원으로 피신시킵니다. 이후 한 주차장에서 기섭이 묘사한 차량을 발견한 조 형사. 전화번호가 일치하고 남자의 오른쪽 손목에 시계가 채워져 있는 것을 본 그는 범인임을 확신합니다. 하지만 몸싸움 끝에 목숨을 잃고, 휴대전화마저 범인의 손에 넘어갑니다.

기섭이 조 형사에게 보낸 문자 한 통으로 두 사람의 은신처가 드러납니다.

블라인드 결말
영화 《블라인드》 스틸컷  | 제공: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범인이 보육원에 도착했을 때 기섭이 먼저 그를 막아섭니다. 기섭이 벌어준 짧은 시간 동안 수아는 드라이버로 콘센트를 건드려 전원을 끊습니다. 불이 꺼지고, 범인 역시 눈앞에 선 사람이 어디 있는지 볼 수 없게 됩니다. 수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침내 범인을 제압합니다. 영화는 이후 경찰대에 재입학해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수아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습니다.

《블라인드》 결말 해석|수아가 마지막에 불을 끈 이유

제가 결말에서 가장 좋았던 건 마지막 대결의 장소가 보육원이라는 점입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수아는 동현의 방문 하나 열지 못했습니다. 같은 장소로 돌아온 마지막 순간에는 기섭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불을 끕니다. 초반의 수아를 기억하고 보면 이 선택이 단순히 범인을 이기기 위한 기지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에 있는 장애가 진짜 장애지 눈 하나 안 보이는 건 장애도 아니다“

영화 《블라인드》 스틸컷  | 제공: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불이 꺼진다고 수아에게 없던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달라지는 건 범인의 조건입니다. 조금 전까지 그는 수아를 볼 수 있었고 수아는 그를 볼 수 없었습니다. 불이 꺼지는 순간 그 차이가 사라집니다. 더구나 이곳은 범인에게는 낯설지만, 수아에게는 동현과 함께 자라며 방과 복도의 위치를 익힌 곳입니다. 영화 내내 수아의 증언을 의심하게 했던 바로 그 조건이 마지막에 이르러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셈이죠.

그렇다고 기섭이 동현을 대신하거나 슬기를 잃은 슬픔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는 기섭이 수아를 위해 시간을 벌었고, 수아는 그 시간에 기섭을 지켜냈습니다. 서로를 귀찮아하던 두 사람이 결국 서로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 저는 그 점이 경찰대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블라인드》 총평

《블라인드》에서 가장 긴장됐던 순간은 수아가 보육원에서 “누구세요?”라고 묻는 장면입니다. 관객은 이미 누가 와 있는지 압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을 말인데, 여기서는 수아가 대답을 기다리는 잠깐의 침묵조차 길게 느껴집니다. 범인의 정체를 일찍 드러낸 점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에서 그 선택이 빛났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보고 나서 오래 남은 건 조 형사가 택시 기사들 사이를 걸으며 왼손잡이를 찾는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경찰서를 찾았을 때와 비교해 수아의 기억이 더 정확해진 건 아닙니다. 달라진 건 수아의 말을 듣는 사람입니다. 처음엔 눈으로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흘려들었던 이야기가, 조 형사에게는 수사를 시작할 단서가 됩니다.

수아와 기섭의 관계도 좋았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두 사람은 자신이 겪은 일을 솔직하게 말하고도 서로의 증언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런 기섭이 마지막에는 수아가 움직일 시간을 벌어주고, 수아는 그 시간에 기섭을 지켜냅니다. 두 사람이 어떤 사이가 됐는지를 긴 대사 없이 보여주는 결말이라 더 마음이 갔습니다.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졸이게 하면서 마지막에는 사람의 온기가 남는 한국 스릴러, 《블라인드》를 추천합니다.

채널휸의 《블라인드》 영화 리뷰

https://www.youtube.com/@chyoon

함께 읽으면 좋은 리뷰
《블라인드》가 같은 사고를 다르게 기억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라면, 《용서는 없다》는 부검의가 자신이 찾아낸 증거를 직접 뒤집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용서는 없다》 줄거리·결말 해석 읽기

함께 읽을 리뷰

댓글 남기기